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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빨리 쓰는 2020년 회고

Created
2020/12/18 13:36
카테고리
회고
개발
Status
Done
2년만에 회고다.

시작하며

군인 시절... 개발자 지망생이면서 끄적끄적 어렴풋이 아는 것들, 해봤던 것들을 자랑스럽게 써놓은 걸 지금 보니 조금 부끄러웠다.
그 땐 진짜 치열하게 배우려고 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의 2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는 결심 아래 매일 운동, 매일 개발 공부, 9시 58분 점호가 끝나자 마자 싸지방에 달려가서 득달같이 페북에서 개발 아티클들을 스캔하고, 재밌는 것들은 스크랩했다. 개발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궁금했던 것들을 노트에 적어뒀다가 찾아보고, 그러면서 배우고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다 싶을 정도로 부지런했다.
지금은 왜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서 고민해봤을 때, 이유는 하나인 것 같다.
를 위한 시간이 없어서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을 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봤다. 주말에도 지치지 않고 시간날 때 마다 미디엄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의 개발 관련 아티클들을 찾거나 구글링해서 사내 슬랙방에다가 올리거나, 개인적으로 스크랩해뒀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사내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았다.
쉴새 없이 1년 넘는 시간동안 그러다 보니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 올해 10월 퇴사를 하고 10일 정도 내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단 한번도 컴퓨터에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반면 군대에 있을 때는 오롯이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썼다. 내가 뭘 하고싶고, 내가 어떤 것들을 배우고 싶은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었다.
1년 동안 주변에 감사하게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생겼다. 그 분들을 보면서 나도 더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개발을 좋아하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회사를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더 많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더 가지기 위해서, 1년 넘게 안 쓰고 있었던 노션 블로그를 다시 써 보려한다, 내친김에 요즘 유행하는 oopy로 웹페이지로 만들었다. (개인 도메인도 충동구매해버림;;) 주말마다 하나씩이라도 써보고 싶다.
(최근에 올라온 사무실 후임들 영상... 왜 내가 2년전에 만든 NuxtJS 웹페이지가 보이지...)
여튼 간단하게 근황을 적어보자면
2019년 전역하고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2020년 프론트 엔지니어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커리어 체인지가 있었다.
2020년 10월 새 회사로 첫 이직을 하게 됐고 열심히 적응중이다.
2019년을 건너뛰고 2020년 회고를 한 번 해볼까 한다. (19년 기억도 잘 안나고... 그 이후로 바뀐것도 많고)
서론이 참 길었다.

잘한 것

1.
빠른 성장
기술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한 해였다
19년도 회고가 없어서 살짝 배경 설명을 하자면,
첫 회사에 프론트 엔지니어로서 입사를 했는데 막상 해야하는 것들은 예상과 달랐다.
정확히는 그로스 엔지니어. 엔지니어적인 역량으로 회사에 성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했다. 처음에 집중했던 것은 그로스 TF에서 사내에 실험 속도를 높히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하는 데에 기여했다. 그 결과 한 달에 100개 남짓한 크고 작은 (대부분 작은) 실험들을 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실험을 했는 지 신기하다.
TF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고, 다른 팀에 들어가 프론트 엔지니어로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실험들을 하면서 데이터 수집(이벤트 트래킹 등)이 이상하다는 직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개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19년 12월 쯤 입사한 옆자리 머신러닝 엔지니어(디큐 형...️)과 팀을 이뤄서 데이터 엔지니어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사내에 데이터 대해서 아는 사람도 없어서 무작정 구글링과 아티클들을 모아댔다.
데이터 레이크가 뭐지? 웨어하우스는 뭐고? ETL은 왜 필요한 거지? 프론트엔드 관련한 기술 지식 밖에 없던 나에게 배워야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AWS로 그 흔한 서버하나 띄워본 적 없던 나는 뭐 부터 배워야 할지 막막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자정 이전에 퇴근했던 게 더 적었다. 매일 새벽 1-2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면서 도커로 삽질도 해보고, 잘 모르지만 시스템 다이어그램도 그려보면서 하나하나 배워갔다.
옛날에 싸움의 기술이었나 영화에서 들은 말인데, 맞아 본 놈이 때릴 줄도 안다고 삽질을 반년 정도 죽어라 하니깐 근육이 조금 붙어서 하루 종일 걸릴거 반나절 걸리고 그 담번에는 또 시간이 줄더라...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도 행운이었다. 디큐형은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랫동안 같이 고생하고 끝까지 같이 팀을 만들어 줬다. 개발팀에서 자기일도 바쁠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하나하나 알려주고 공부할 것들을 알려줬던 동료 개발자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마지막에는 데이터 팀이 만들어져서 분석가와 그로스/데이터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일을 했는데,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결국 올해 초, aws 한번도 안해보고 도커가 뭔지도 모르던 내가 쿠버네티스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데이터 레이크/웨어하우스를 만들고, 10개가 넘는 AWS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작은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서비스들을 깊게 이해하면서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어렵고, 아직도 모르는 게 산더미지만, 처음에 불가능해보였던 기술적인 과제를 어떻게든 풀어냈다는 게 조금 자랑스러웠다.
2.
외부 활동

클래스101 그로스 AMA 세션

한 달에 100개 실험을 하고 나서 우리 TF의 리더이자 인플루언서인 폴 님의 블로그에 우리에 대한 글이 올라갔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원티드 측에서 AMA 세션을 제안해 왔다.
200명 가까운 분들이 Sign-In 해주셨고, 나랑 쉬튼이가 100명 정도 참여했던 온라인 세션에서 질문을 받았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데이터 야놀자 발표

감사하게도 데이터 야놀자에서 데이터 플랫폼에 대해서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미리 발표를 촬영해서 Eventus 플랫폼에서 라이브로 송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나중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부족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가져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었다

못한 것

1.
정리 / 문서화
속도있게 인프라, 데이터, 백엔드 등을 배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배운 학습 방법이 직접 부딫혀 보기였다.
업무 시간 또는 퇴근하고 남는 시간에 그냥 해보고 내가 예상한 대로 되면 적용하고, 아니면 손절하고... 이런 주먹 구구식으로 배움을 쌓아가니깐 한계가 느껴졌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방법을 poc해 볼거고, 이 poc의 목표는 어떤 것이다 등등 이런 것들을 정해놓고 가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내 시간과 노력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여러 팀원들과 같이 일을 하게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헤메고, 알게 됐던 것들을 문서로 또는 발표로 정리했을 때 팀에게 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앞으로 잘 정리하고, 문서로 남기는 개발자가 되자고 다짐했다.
2.
사이드 프로젝트
내가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내가 만든 서비스, 그리고 내가 만든 툴들을 쓰는 사람들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전에 군대에서 사람 검색 크롬 익스텐션을 만들었을 때도 그렇고, 분석가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슬랙봇을 만들었을 때도, 그렇고 나는 아무래도 코드를 아름답게 쓰는 것보다 내 시간을 들여서 가치를 전달했을 때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
그에 비해, 올해에는 내가 만들고 싶고, 내가 재미를 느끼는 사이드 프로젝트 보다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개발을 개인 시간을 들여가면서 했다. 물론 그게 안 좋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2021년 목표 (OKR)

스크럼 단위에서 분기별로 회고를 할때, OKR을 기준으로 잘한 것, 못한 것을 나눠서 팀원들 다 같이 리뷰를 했다. 이 방법이 내가 한 일들이 큰 그림에서는 어떤 목표를 위해 했고, 그 결과 어떻게 목표에 기여를 했는 지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마찬가지로, 2021년 개발자로서 OKR을 세우고 OKR 베이스로 내 목표를 정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O: 선한 영향을 주는 개발자 되기

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가장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 여자친구가 입버릇 처럼 하는 이야기다. 중의학을 배우는 여자친구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남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경제적인 여유를 찾은 뒤에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도 부족하지만 내 힘으로 내 철학대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보고 싶다.
개발자로 취업을 하기 전, 나는 어떤 조직이나 회사의 부속품으로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철학을 가진 엔지니어가 되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다. 2년 차 개발자인 지금, 내가 잘해왔는가 돌이켜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좀 더 내 소신과 철학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KR1: 블로그 글 24개 쓰기

한 달에 두 개씩 글쓰는 건데, 솔직히 좀 많은 거 같긴하다. 그래도 목표는 크게 잡는 거라고 배웠으니 지르고 생각해 본다.

KR2: 오픈 소스 서비스 3개 만들기

매번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주말에 시작하는 데 마무리는 못 짓는다. KR로 만들어두면 좀 마무리까지 하는 프로젝트가 만들어 지지 않을까 싶어서... 도메인도 샀겠다 3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져버려야지... 하지만 조져지는 건...)
분기별로 회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무리

흔해 빠진 말이지만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일상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감사하게도 나는 일을 잘 다니고 있다. 이 길고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는 마스크 빼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일 적게 하고 돈 많이 버시길...
회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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